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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선택이 옳았음을 기뻐해야 하는지, 아니면 주군의 결정을 되돌리지 못했음을 슬퍼해야 하는지…’나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그가 내게 다시 다가와 ‘일어나라’고 외치기 전까진 말이다.
* * *그는 나를 아껴 주었다.
아마도 내가 그의 첫 번째,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예 처음은 아니고 첫 번째에 가까운, 병사였기 때문이었을까?그에게서 느껴지는 호의에 감사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어느날, 그가 내게 건넨 한마디.
“너도 등급이 올라가면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그때 그 미소를 보며 울컥했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에게 그는 나의 주인이자, 친구이며, 동료였다.
그와 나는 많은 싸움을 함께 헤쳐 나갔다.
우리는 함께 싸웠다.
때로는 마수들과, 때로는 서민대출들과, 때로는 헌터들과.
그가 즐거울 떄 나도 즐거웠고, 그가 힘들때 나도 힘들었고, 그가 슬퍼할 때 나도 슬퍼했다.
그에 대한 충성심이 깊어질수록 이전 주인에 대한 그리움이 옅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나는 점차 새로운 주군을 받아들여 갔다.
물론.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진땀이 났던 순간도 많았다.
“이걸로 해라.”번개가 나오는 검 하나를 믿고 여러 제약이 걸려 있던 당시의 나보다 더 강한 여자와 싸웠다가.
“정말로 방금 나온 검은 기사가 가장 강한 소환수가 맞나요?”‘…’이런 굴욕을 당하기도 했었고.
기형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그림자 병사와 예정에 없었던 룸메이트가 되기도 했다.
키에에에에에엑-!’…’본성에 매우 충실한데, 심지어 그 본성이 흉포하기 이를 데 없기까지 한 룸메이트를 옆에 두고 있다 보면 점잖았던 옛 동료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벨리온을 다시 만난 내 심정이 딱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