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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았던 그 녀석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너는 그때 그 인간이군. 송곳니 군주에게 죽기 직전까지 갔었던 지배자의 약해 빠진 그릇.]요인들의 왕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짐승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사냥에 특화되어 있는 송곳니 군주와는 다르게, 오크나 오거 같은 요인들을 지배하고 있는 자신은 육체를 이용하는 근접전투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니 고작 한 줌도 안 되는 근력을 믿고 까부는 인간이 우스워 보일 수밖에.
요인들의 왕, 강체의 군주가 자신의 마나를 있는 그대로 발산했다.
기선제압.
너 따위는 눈 한번 깜빡하기도 전에 목을 따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새파랗게 질려 가는 뒤의 헌터들과 대조적으로, 지배자의 그릇은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뭔가 생각해둔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잠깐 군주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을 때.
“…이렇게 하면 되는 거겠지?”토마스가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발아래에서부터 퍼져 나가기 시작한 어둠이 순식간에 일대의 지면을 뒤덮어버렸다.
군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림자…?’이것은 그림자 군주의 스킬.
하지만 그가 여기에 있다면 그 강력한 힘의 근원을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 순간, 토마스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다시 뵙습니다, 요인들의 왕이시여.]정중하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총군단장 벨리온의 뒤편으로.
토마스의 그림자에 숨어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13만의 그림자 병사들이 일제히 솟아올라오고 있었다.
=240화그림자 군주의 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3만의 정예 그림자 병사들이 최대한 기척을 지운 채로 인간의 그림자에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