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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솔직히… 벨리온이 베르를 때려눕혔을 때는 조금 속이 시원했다.
아주 조금.
그러나 옛 동료와의 재회를 기뻐하는 것도 잠시.
얼마 가지 않아 벨리온까지 베르에게 물들어 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이봐, 이 검은 깃발… 저 성 꼭대기에 꽂아 놓으면 주군께서 기뻐하시지 않을까?][…진심이냐?][개미들처럼 뭔가를 만드는 데 소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군께서 기뻐하실 일이라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내 말뜻은 그게 아니라… 아니, 그만두자.]뭐, 새 주인의 반응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어쨌든 차원의 틈새에서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던 원조 그림자 군단의 합류로 그의 세력은 더욱 강해졌다.
내가 염려했던 바와 달리 그는 ‘전대 군주님의 병사들’을 차별없이 대했고, 하나로 단결된 우리는 그를 위해 그 어떤 전투도 불사할 각오가 되었다.
찰나처럼 짧았던 훈련과 휴식 시간이 지나가고.
곧 우리의 각오는 군주들과의 전쟁에 쓰였다.
우리는 그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해 싸웠고, 그는 군주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가 용제와 싸우고 있을 때, 우리들 모두는 그림자 속에서 그 결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군주의 대결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감정이 북받칠 정도였다.
[키엑, 뭐냐. 이그리트 너 지금 우는 거냐?][…닥쳐.]잠깐 위험한 순간이 오는 줄 알고 그림자 군단 전원이 흥분해 그림자 속에서 날뛰었으나, 그 순간 하늘의 문을 열고 밀어닥치는 지배자들의 군대!와아아아-!하늘에서 쏟아지는 지원군을 보며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좀 일찍 일찍 다니란 말이다!][저것들 우리 간 떨어지게 만들려고 일부러 시간 맞춰 온 거 아니냐?][내가 밖에 있었으면 저것들부터 팼다, 진짜.]겉으로는 불평불만을 쏟아 내면서도 사실은 우리 모두 얼싸안고 주인의 승리를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의 노래는 오랫동안 울려 퍼지지 못했다.
“한 번만 더… ‘윤회의 잔’을 사용해 주겠나?”시간을 돌려 자신이 사는 세계에서 군주들과 지배자들의 흔적을 지우고 싶다 말하는 그.
인간이었던 시절,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내게는 충분히 공감되는 감정이었다. 아마도 나 역시 할 수만 있다면 그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나는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나와 내 동료들은 그를 위해서라면 군주들의 군대가 아니라 그 어떤 적이라도 다시 한 번 맞부딪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