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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그 시끄럽던 아이들이 쥐 죽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동료 선생들이 존경의 눈빛을 보내왔다.
“역시 박 선생님…””올 한해도 학성북개인사업자대출부장 선생님만 믿고 가면 되겠네요.”박기술은 기가 꺾인 신입생들을 둘러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의 승리로 만족할 수 없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친히 부탁까지 하신 진짜 타깃이 따로 있지 않은가?그 문제아의 기를 꺾어 놓지 않는 한 오늘 제대로 된 학생 지도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신입생들의 얼굴을 훑어보던 박기술 선생이 곧 그 문제아를 찾았다.
‘저기 있다.’목표를 발견한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졌다.
또래들에 비해 훤칠한 키에 온몸 구석구석 박혀 있는 잔근육, 그리고 강한 생명력이 엿보이는 두 눈까지.
멀리서 봤음에도 한눈에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이 성성북개인사업자대출…’그러나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법.
아무리 놀았던 학생이라도 보통 자신 앞에 서면 어느 샌가 고분고분한 양이 되고는 한다.
만약 되도 않은 객기를 부린다면 이쪽에서 약간의 진심을 보여주면 그뿐.
지금까지 이 독사 박기술이 바로잡지 못한 문제아란 없었다.
그의 자신감이 온몸에서 아우라처럼 뿜어져 나왔다.
‘좋아…’시작해 보자.
박기술은 일단 독사 같은 두 눈으로 문제아의 위아래를 빠르게 스캔했다.
순간 그의 눈이 반짝였다.
‘저거다!’문제아의 한쪽 손을 덮고 있는 검은 장갑.
모자나 장갑 같이 교칙에 어긋나는 복장을 하고서 운동장 한복판에 서 있는 문제아를 학생부장 선생이 못 본 척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물론.
그 손안에 심한 흉터가 있어 필히 장갑을 껴야 한다는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는 학생 파일에 다 적혀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문제아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작은 구실 하나가 필요할 뿐.
학생을 지적하는 데 있어 복장불량만큼 적당한 구실이 또 있을까?파고들 틈을 발견한 독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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