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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손을 들었다.
“그 전에 먼저.”그의 얼굴에 조금 언짢은 기색이 드러났다.
“혹시 동부 어딘가에 생성됐다는 그 S급 게이트 때문에 왔다면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안 갑니다.”단호하게.
설득의 여지가 남지 않도록 단단히 못을 박았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미 정부는 내게 온전한 국가로서의 지위를 약속했습니다. 나에게는 미 정부의 요청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미리 연락을 드렸듯이 이번 레이드에서 나는 빠지기로 했습니다.”나라 안의 또 다른 국가.
국가의 일개 국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국가’로서 다른 국가들과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국가권력급 헌터’들에게 국민의 의무 같은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물론 협조 정도는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이유는 하나.
미국 전역의 S급 헌터들이 다 모인다는 레이드에 굳이 자신까지 참가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만약 부국장이 부인을 대동하여 자신을 설득하려 왔다고 해도 결정을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가 단호했던 만큼, 셀너 부인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저는 게이트 때문에 온 것이 아닙니다, 크리스 씨.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지금 일본은 S급 게이트 하나로 멸망 직전까지 몰렸다.
그런데 미국 본토에 생성된 S급 게이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크리스의 상체가 부인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 심각한 문제란 게 뭡니까?”머뭇거리던 부인이 힘겹게 입술을 뗐다.
“크리스 씨… 당신은 가까운 시일 내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릅니다.”일순간 좌중에 침묵이 흘렀다.
어쩐지.
부국장이 내내 안절부절못한다싶더라니. 그는 이제 아예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찍어 내고 있었다.
“셀너 부인.”부인을 부르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신이 제게 베푼 은혜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그녀의 능력 덕분에 자신의 힘은 훨씬 더 고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