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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를 돌아보았던 주군은 다시 용제에게로 돌진하셨다.
나도 내 주위를 포위하려 하는 용인족들을 상대하기 위해 검을 치켜들었다.
캉!또다시 검과 검이 맞부딪쳐 불똥이 튀고, 내 검에 찢겨 버린 용인족들이 울부짖었다.
그래.
나는 결코 전대 군주님을 잊은 것이 아니다.
그분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지금의 군주님에게 이어진 것일 뿐.
전대 군주께서 정하신 후계자에게 내 모든 것을 다해 충성하는 것이 어찌 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나는 기사.
주군의 검.
그림자 군단을 이끄는 양쪽 날개 중 하나.
만약.
만에 하나 지금의 주군과도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전대 주군께 미처 전하지 못한 인사까지 더해 말하리라.
주군의 밑에서 싸우던 매일이 내겐 영광의 나날들이었다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나는 거친 함성을 내지르며, 내게 달려드는 용들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 * *전쟁이 무사히 끝나고, 우리는 주군과 함께 주군의 세계로 돌아왔다.
사각사각.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에 매진하시는 주군께 그림자 속에서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내가 말씀드렸다.
[주군, 14번 문제의 답은 1번이 아닌 2번입니다.]”아, 그래? 땡큐.”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해 중학교라는 곳에서 제적당하신 주군은 검정고시라는 새로운 전장에 발을 들이셨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모의고사 점수를 유지 중이시지만, 가끔씩 이렇게 방심하다가 놓쳐 버리는 문제가 있으시다.
그럴 때 누가 주군을 보좌하겠는가?덩치만 산처럼 큰 총군단장 벨리온?아니면 똑똑하다고 한들 결국은 곤충에 불과한 군단장 베르?역시 인간이었던 시절, 기사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던 내가 주군을 보필하지 않으면.
“근데 14번 답… 1번이라는데? 2번에 목숨을 걸 수 있냐, 이그리트?”해답지를 펼쳐 보신 주군의 예리한 지적에 내가 기사답게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