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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리트!”어디선가 내 정신을 확 들게 만드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고개를 들었다.
내 시선이 향한 곳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파멸의 숨결!’주군과의 혈투 끝에 힘 대부분을 소진하여 인간 형태로 돌아온 용제가 나를 향해서 브레스를 토해 내고 있었다.
아니.
나를 노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용제가 숨결을 쏟아 내는 방향에 내가 서 있었을 뿐.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고는 그 약간의 불운 때문에 일어나 당사자의 목숨을 앗아 간다.
이번엔 그게 내 차례였다.
콰아아-!번쩍 하는 빛을 보고서 이미 늦어 버렸음을 깨달은 난 별다른 반응도 못한 채 굳어 버렸다.
그리고 생을 체념했다.
시야를 덮어오는 빛을 마주하며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은.
충성을 맹세했던 전대 군주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게 내려진 벌이 아닐까?그렇다면 달게 받아야 하리라.
나는 죄인이니까.
그렇게 내가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최후를 기다리고 있을 때.
찰나의 순간.
순식간에 내 앞을 가로막은 누군가가 한 손으로 ‘파멸의 숨결’을 받아 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용제의 끔찍한 공격은 그 누군가의 왼손을 불태우고 있었으나, 그는 손을 거두어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나는 나를 대신해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불꽃을 막고 있는 그를, 나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주군!]파멸의 숨결이 그치자 주군은 나를 질책하듯 돌아보았다.
‘…!’방금 그가 나의 이름을 크게 불렀을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