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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방 게이트를 나왔던 카드론이자계산는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빨라…”차해인은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볼멘소리를 했다.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또 기회가 있겠지.’눈앞에 앉은 나비도 쫓지 못할 정도로 나직하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돌아섰다.
* * *진아는 고양이처럼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달그락, 달그락.
그녀는 발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듣고도 모른 척하는 건지 뒤에서 거리를 좁혀 오는 딸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다가선 진아가 엄마를 와락 껴안았다.
“엄마!”그러나 그녀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다정스런 목소리를 냈다.
“우리 딸 심심해?””응- 심심해. 오빠는 안 들어오구, 엄마는 안 놀아 주구.”엄마가 병원에 잠들어 있었을 때, 카드론이자계산는 엄마 대신이었다.
진아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돈벌이는 물론이고 가사까지 전담하며 최선을 다했다.
카드론이자계산는 진아의 형제이자 부모이며 친구였다.
그렇기에.
동생은 요즘 얼굴 보기 힘들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빠가 문득 그리워지는 때가 잦아졌다.
이제 오빠의 얼굴과 이름을 모르는 국민이 없게 되었지만, 정작 본인이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진아는 카드론이자계산의 빈자리에서 나오는 허전함을 엄마에게 위로받으려 했다.
“그래두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진아는 엄마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뒤가 보이는 것도 아닌데, 그녀 또한 진아와 똑같은 표정으로 식기들을 닦아 나갔다.
한참 그렇게 엄마의 등에 매미처럼 붙어 있던 진아가 말했다.
“엄마, 우리 이사 가자.”멈칫.
잠깐 손을 멈추었던 엄마가 다시 설거지하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 이사 가고 싶어?””응.””어쩌지? 엄마는 아직 이 집이 좋은데.””이 낡은 아파트가 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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