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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습을 빌린 망자들의 왕은 위엄 넘치는 눈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가진 군주로서의 권능이 온몸에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드래곤의 시선이 좀 더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입을 쩍 벌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멍청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 인간?’드래곤은 숨이 끊기기 전까지 지니고 있었던, 인간들을 향한 끝없는 악의를 떠올렸다.
그러자 인간들의 손에 숨통이 끊어지던 순간의 고통까지도 같이 떠올랐다.
‘인간을… 죽인다.’뚝.
거기서 이성이 끊겼다.
몸을 일으키는 드래곤의 눈에 붉은빛이 맺혀 갔다.
[모두… 모두 죽여 주마.]보관소 내부 공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맙소사…”국장은 신음을 토했다.
잠든 용의 크기에 맞게 설계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킨 드래곤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한 순간, 이 드넓은 공동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
콰직!천정에 닿은 드래곤의 머리가 콘크리트를 부서뜨렸다.
“뭐, 뭐야?””설마…?”벌어진 드래곤의 입에 붉은빛이 뭉쳐지는 것이 보였다.
붉은빛 덩어리.
국장과 부국장은 수없이 돌려 본 기록 영상에서 그 붉은빛 덩어리가 무슨 짓을 했었는지 몇 번이고 보았다.
다급해진 애덤이 국장의 어깨를 잡고 소리쳤다.
“국장님. 피하셔야…””저건 카미쉬의 브레스(breath)야! 어디로 도망갈 수 있단 말인가!”붉은 섬광이 터져 나오면 보관소는 물론이거니와 헌터관리국 본부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
드래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쿠당!얼굴이 하얗게 질린 관리자 하나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나자빠졌다.
다른 두 사람은 급히 사체 보관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열심히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러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