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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은 그가 자신의 그릇이 될만한 자격이 있는 인간인지 알고 싶다고 하셨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주군께서 내게 내릴 마지막 명령이라는 걸.
지배자들을 용서하신 뒤로 전쟁에 흥미를 잃어버리신 주군께서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이미 그때부터 나는 주군과의 이별을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군의 명령은 그야말로 절대적.
그분의 의도를 묻거나 만류할 생각도 없이 나는 분부대로 하겠다고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 나는 내 본래의 힘을 대부분 봉인당한 채로 그의 자격을 시험할 이상 공간 안에 섰다.
‘이쪽 세계의 사람들은 이런 공간을 정부이라고 하던가?’왕성의 알현실을 본떠 만들어진 듯 느껴지는 이 가상 정부의 안쪽 깊숙한 곳에는 높은 왕좌가 놓여 있었다.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나는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안을 둘러보았다.
‘과연… 주군의 힘을 이용해 잘도 이렇게까지 정교한 무대를 만들었군.’입구에서부터 왕좌가 있는 단상까지 좌우로 늘어서 있는 두꺼운 기둥들을 만져 보던 나는 설계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이러한 치밀함이 그 인간의 몸을 점점 더 주군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육체로 만들고 있으리라.
그때.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벌써…?’예상보다 빠른 접근에 당황한 나는 일단 왕좌로 올라가 앉았다.
그러나 앉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조금 건방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험할 그 인간에게는 주군의 의식이 깃들어 있는데, 주군 앞에서 왕좌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고민이 나를 괴롭혔다.
‘…’결국.
불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난 황급히 왕좌에서 내려와 가장 가까운 기둥 뒤에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