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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의 핀잔에도 엄마는 웃으며 부지런하게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실은 진아도 알고 있었다.
엄마가 오래된 아파트를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를.
오빠가 이미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돈을 벌었음에도 집세까지 내 가면서 여기 머물려는 이유를.
엄마는 아직도 실종되었다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혹시나 아빠가 여기로 찾아오지는 않을지.
이제 아빠에 대한 기억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진아에게는 소용없는 일로 여겨지지만, 오빠는 어머니에게 사정을 들은 후 다시는 집을 옮기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래도 엄마는 이 집이 좋아.”이번에도 역시 엄마가 조용히 타이르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진아가 뒤돌아섰다.
“칫.””너무 그러지 마렴… 아!”엄마는 깜빡 잊고 있었다는 얼굴로 진아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보니 오늘 밤엔 비가 내릴 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우리 이쁜 딸, 밖에 빨래 좀 걷어와 줄래?””엄마는 이럴 때만 이쁘대.”그래도 이쁘다는 소리가 딱히 싫지는 않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빨래가 걸린 베란다로 나온 진아.
엄마 없는 시간에 익숙했던 진아답게 바구니에 빨래를 담는 손길이 꽤 능숙했다.
그런데.
빠르게 빨래를 걷던 손이 갑자기 멈추었다.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다.
“어?”먹구름이 엄청나게 몰려왔나?무심코 하늘로 고개를 들어 올리던 진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아의 손에서 빨래가 담긴 바구니가 툭 떨어졌다.
“어, 엄마!”* * *손에 자꾸 땀이 찬다.
축축한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우진철 협회장이 죄 없는 양복바지에 손을 문질러 댔다.
이렇게 긴장해 본 적이 얼마 만인가?차라리 정부 브레이크 직전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게 더 마음이 편할 정도였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십시오, 우진철 협회장님.”우진철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정부 고관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곧 나라님을 만나야 할 사람이 이리 긴장하고 있어서야 어디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하겠는가?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