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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막는다.
어쩔 수 없이.
그저 망연히 육지를 바라보고 있던 베르의 시선이 다시 바닷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래, 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
‘……’여왕의 명령에 따라 베르는 숨죽여 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이 땅에 발을 디뎠다.
베르는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힘을 시험해 볼 기회를 얻었다.
그것은…..
“너, 너는 뭐냐?””으아아아악!”싸움이 아니었다.
그저 일방적인 사냥에 불과했다.
익숙한 일상.
베르는 죽어 가는 헌터들의 눈에서 떠오른 ‘두려움’을 발견하고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고작 이런 것들과 싸우기 위해……’나는 그토록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피식자들의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극심한 공포의 냄새.
베르는 헌터들을 통해 자신이 먹이사슬의 최정상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시시하다.
생태계의 정점에 선 생물이 그렇게 자신의 머릿속에서 인간들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려 한 순간.
그때.
처음으로 자신을 눈앞에 두고서도 겁먹지 않은 인간이 나타났다.
여태껏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상황에 베르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인간…… 너는 내가 두렵지 않은 것인가?’단숨에 목을 따 버리기엔 어쩐지 아까웠으므로 베르는 말을 건넸다.
“네가 인간들의 왕인가?”그러자 그가 답했다.
“벌레가 말을 다 하네.”* * *아마 그때 이후론 처음일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두려움 외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반짝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