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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누군가?대한민국의 재계를 좌우하는 거인, 유명한 회장이 아닌가?그래서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이럴 줄 알았다면 유학 같은 것은 집어치우고 아버지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
유학을 가겠다고 말했을 때 섭섭함을 애써 감추시던 아버지의 눈빛을 떠올리며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눈앞에 낯익은 얼굴 하나가 슥 지나갔다.
‘어, 이 사람?’어디서 많이 본 얼굴.
어디서 봤을까 생각하는 동안, 그 남자도 시선을 의식했는지 후드를 눌러쓰고 빠르게 멀어졌다.
남자의 등을 보며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던 그녀가 걸음을 재촉했다.
그 남자가 누구든 지금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초조하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유진희의 폰이 다급하게 벨을 터트렸다.
따라라라 라라.
시간이 시간인 만큼 인적 없이 텅 비어 있는 병원 안이라 벨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울렸다.
모르는 번호.
애초에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 성격이지만.
‘누구지…?’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들을 겪게 되어서 그런지 전화를 받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진희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폰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네. 여기 서울일신병원인데요.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방금 안정제를 맞고 잠이 드셨으니 당연히 전화는 받을 수 없겠지.
그런데 무슨 일일까?유진희는 담당의의 연락에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실은 유명한 회장님께서…
설명을 듣던 그녀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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