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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오-얼굴을 올려다보려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거대한 거인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인천햇살론의 팔 길이에 맞먹는 육중한 돌기둥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동안 인간을 얼마나 잡아먹었는지 입가가 핏자국으로 시꺼멓게 덮여 있는 인천햇살론이었다.
인천햇살론의 미간이 구겨졌다.
인천햇살론이 돌기둥을 내려치기 전에, 인천햇살론가 한발 앞서서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인의 가랑이 아래까지 접근한 인천햇살론가 역수로 쥔 ‘카미쉬의 분노’를 힘껏 휘둘렀다.
스걱!단검 끝에서 일렁이던 검은 오러가 거인의 굵은 발목을 깨끗하게 절단했다.
우어어어어!졸지에 한쪽 발목을 잃어버린 거인이 몸을 비틀며 비명을 내지르다 결국 균형을 잃었다.
뒤쪽으로 기울어지던 거대한 신체가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쿠우웅-!거인의 뒤쪽에 자리 잡고 있던 수많은 괴물들이 그 어마어마한 몸뚱이를 피하지 못 하고 비명횡사했다.
이젠 그림자 병사들의 차례.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거인 위로 벌레형 그림자 병사들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사사사사삭-거인은 벌레들을 떨쳐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벌레들은 순식간에 거인의 얼굴까지 도달했다.
곧 벌레들의 게걸스러운 식사가 시작됐다.
으어어어어!비명을 질러 대던 거인의 경련은 금방 끝이 났다. 그러나 그것은 거인의 최후가 아니었다.
또 한 번, 그림자 군주가 명했다.
“일어나라.”그러자.
우어어어-벌레들에게 뜯겨 얼굴의 형태가 거의 사라진 거인의 사체 옆에서 거인과 같은 크기의 그림자가 그 거대한 몸을 느릿하게 일으켰다.
거인의 사체 밑에서도 하나둘 그림자 병사들이 기어 나왔다.
오크들의 사체에서 만들어진 그림자 병사들은 이미 무기를 움켜쥐고 이전의 동료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백이 훌쩍 넘는 혼세의 병사들이 그림자 군단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