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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발밑에.
베르, 아니, 아직은 개미왕의 사체가 놓여 있었다.
못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왕을 찾는 베르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대학생청년햇살론는 개미들을 향해 외쳤다.
“일어나라.”그러자 대학생청년햇살론의 시야에 들어왔던 모든 개미들의 그림자에서 그림자 병사들이 스르륵 올라왔다.
그중엔 베르도 있었다.
“왕이시여…”자신을 둘러싸고 무릎을 꿇는 수천 마리의 개미들을 둘러보며 대학생청년햇살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새로운 군대.
처음부터 완전한 준비가 갖춰진 새 그림자 군단이 대학생청년햇살론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나.
대학생청년햇살론는 그들과 대화하고 나서 확신할 수 있게 됐다.
“…그만하자.”그림자 군단까지 갖춰졌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이 가슴속의 공허함.
베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지만, 그 표정과 감정조차도 거짓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더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대학생청년햇살론의 목에 굵은 힘줄이 돋았다.
“이 전부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네 정체를 드러내라!”너무도 현실 같은 환상.
때문에 잠깐 동안은 진짜 이쪽이 진짜 현실이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보낸 시간만큼.
시간에 비례해 커져 가는 공허함은 어떻게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니.
“어서-!”허공을 향해 힘껏 포효를 내지르던 대학생청년햇살론가 그제야 변화를 깨달았다.
멈춰진 시간.
고개를 들어 올린 모든 개미 병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그 기계적인 눈빛들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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