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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목을 베어 최대한 고통없이 그를 보내 줄 요량이었다.
그것이 내가 그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자비였으니까.
그도 내 생각을 읽었는지 순순하게 뒷목을 내밀었다.
‘옳은 선택이다. 용기에 어울리는 현명함까지… 아까운 사내지만 주군을 단념시키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군.’나는 명예로운 개인회생인가자대출을 선택한 그에게 참수를 집행했다.
그러나 그때.
얌전히 개인회생인가자대출을 받아들이는 듯했던 그의 눈빛이 변했다.
캉!내 검이 그의 손에 가로막히고, 그의 단검이 내 얼굴에 박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나는 놀랐다.
그가 내 검을 막아 냈다는 것보다, 그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더 놀랐다.
그리고 그때 보였던 그 눈빛이, 내가 아는 주군의 눈빛과 매우 닮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기에 주군께서…’사기가 꺾여 버린 나는 연달아치고 들어오는 그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나는 벽에 처박혔고.
쿠앙-!수없이 찔렸다.
캉! 캉! 캉! 캉! 캉! 캉!결국 내 목을 보호해 주던 갑주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콰직!그가 가진 힘과 내가 가진 힘.
그의 자격을 알아보는 시험인 만큼 능력치는 내가 몇 단계 더 높았을 터다.
그러나 나는 패배했다.
그것은 내가 그를 인간이라고 단정 짓고 방심해 버렸던 까닭일까, 아니면 포기를 모르는 그의 근성이 만들어 낸 기적인 것일까?흐려지고 있는 시야에,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아-!”그걸 보고 있었더니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건, 지금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겠지?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내 시선이 위쪽을 향했다.
끝도 없이 위로 뻗어 있는 기둥들이 무엇을 받치고 있는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저 멀게만 느껴지는 어둠이 주군과의 거리감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나는 조금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