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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군주의 계속된 도발에 움츠리고 있던 파멸의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격렬한 힘의 소용돌이가 맞부딪치고 있는 동쪽과 달리, 서쪽 끝에서의 고요한 전투는 이제 끝을 보이고 있었다.
최후방어선을 펼쳤던 미군은 몰려온 마수들의 이빨과 손톱에 처참하게 찢겨져 나갔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것은 헌터들의 무기.
그러나 레이드를 위해 만들어진 헌터들의 무기를 일반인들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미군은 빠르게 무너져 갔다.
“으아아악, 으아악!”서쪽 군단의 선봉도 행동이 민첩하고 감각이 예민한 벌레들이 맡았다.
사사사삭-벌레들이 군인들에게 접근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탄환을 무시한 채 밀고 들어온 벌레들은 기어코 군인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으아아악!”생존자들이 뒤로 물러서며 총을 난사해 댔으나 효과는 없었다.
그렇다고 저 괴물 벌레들을 상대로 검을 휘둘러서 싸운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사이.
키익.
동료들을 모조리 먹어 치운 벌레들이 다음 먹잇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살아남은 이들의 차례였다.
소대장이 굳은 얼굴로 옆의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간인들의 대피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에 동원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이미 각오했던 일이었다.
소대장은 수류탄을 꺼냈다.
이 조그만 현대 화기로 적을 제거할 수는 없어도, 자신들이 적의 먹잇감이 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소대장이 안전핀을 뽑아냈다.
그러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벌레들이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 소대장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