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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아이인데…”거기까지 대답한 서규남이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갔을까?어깨의 떨림이 멎은 서규남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형사님. 아직도 전 제 딸애가 그렇게 갔다는 게 도저히 믿기질 않아서…””진이 양을 많이 아끼셨군요.””그럼요. 형사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진이는 제 친딸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친딸처럼, 아니 친딸보다 더 애정을 주고 아꼈던 딸이에요.”시선을 떨어뜨린 채 슬픔을 꾹 눌러 삼키고 있던 그가 말을 이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나한테 한마디라도 해 줬으면…”격한 감정의 표현을 보이는 서규남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평택햇살론가 품 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따님의 유품을 조사하던 중에 음성 파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예?””일단 들어 보시지요.”평택햇살론는 플레이 버튼을 눌러 녹음해 놨던 그림자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저는…
그것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그녀의 양아버지에게 받아왔던 끔찍한 학대의 증거였다.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내내.
방금 전까지 딸을 잃은 슬픈 아버지 연기를 하고 있었던 서규남의 눈동자가 끊임없이 흔들렸다.
일부러 먼 지역의 대학교에 들어가 양아버지의 괴롭힘에서 벗어났다고 믿었던 그녀는.
언제인가부터 ‘널 보고 싶다’며 다시 날아오기 시작한 양아버지의 연락에 결국 평택햇살론을 선택했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녀를 그렇게 궁지로 몰아간 사람은 따로 있었다.
틱.
음성 파일의 재생이 끝나자 서규남은 딱딱하게 굳어 버린 얼굴을 들었다.
“이걸… 저한테 들려주는 이유는 뭡니까?”서규남은 남들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만약.
자신을 체포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경찰들을 몇 더 데려와 수갑을 채웠으면 그만인 일.
그런데 형사는 서로 데려가는 대신 조용히 이야기할 곳이 필요하다며 카페로 들어왔다.
분명 눈앞의 형사에게는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고, 서규남은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