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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증기를 풀풀 피워 대는 늠름한 스물아홉 거인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한 마리 빠진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게이트를 지키고 있었던 하나 빼고,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거인형 마수들의 숫자는 전부 서른 마리.
그중 하나는 바다로 도망쳐 그림자 추출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나머지 스물아홉을 온전히 다 모았다는 데서 가슴 벅찬 뿌듯함이 밀려왔다.
스물아홉의 거인 병사가 한군데 모여 있으니, 폐허로 변한 도시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물론 햇살론재직확인가 거인 병사들을 불러낸 이유는 텅 빈 도시를 장식하기 위해서도, 거인 병사 콜렉션을 감상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햇살론재직확인가 거인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너희들 중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개미 군단의 베르, 정예 군단의 이그리트, 하이오크 군단의 어금니처럼 거인 병사들도 그들을 통솔할 하나가 필요했다.
거인 병사들이 서로 눈치만 살피고 나서려 하지 않자, 참다못한 베르가 앞으로 나와 목청에 힘을 주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대기를 찢을 것 같은 거센 포효에 거인들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하긴.
거인 병사들 중에는 베르 손에 당한 녀석도 있을 테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힘의 차이야 극명하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키엑!베르의 따끔한 질책을 얻어맞고나서야 거인 병사 하나가 슬금슬금 손을 들어 올렸다.
베르가 뒤돌아서 고개를 숙이자 햇살론재직확인는 엄지를 척 세워 주었다.
“잘했어.”그런데 그때.
햇살론재직확인도 베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손을 든 동료를 보고 또 다른 거인 병사 하나가 머리 위로 번쩍 손을 들어 올린 것이다.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눈빛으로.
“오.”알고 보니 눈치를 본 게 나서지 않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누가 가장 강한지 자기들도 여태 잘 몰랐던 모양이었다.
의외의 상황에 햇살론재직확인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둘을 불러냈다.
“22호, 6호 앞으로.”유난히 주먹이 큰 6호와 전체적으로 다부진 체격의 22호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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