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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돌아오게 한 그 질문이 귓가에 들려오는 순간.
나의 눈빛은 달라졌다.
적어도 나 스스로는 눈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서 대답했다고 기억한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헌터님들이 목숨을 걸고 민간인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헌터님들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습니까?헌터협회의 일원이 되어 헌터님들을 지키는 쪽에 서고 싶다고,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오- 하는 작은 탄성이 옆에서, 그리고 앞에서 들려왔던 것은 긴장해 있던 나의 착각이었을까?그러나 그 당시 고건희 협회장님의 입가에 슬며시 떠올랐던 미소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남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헌터협회의 직원이 될 수 있었고, 약간은 아쉬워하는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정든 고향을 떠나 이곳 한국 헌터협회 서울 본부로 올라왔다.
헌터들을 지키는 헌터협회 직원이 되자는 내 꿈의 첫걸음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는 들떠 있었다.
어쩌면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품고 있었다.
하지만 출근 첫날, 헌터협회에 대한 환상은 박살이 났다.
헌터들을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각성자와 게이트, 그리고 마수들이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한지 어느덧 9광명사업자대출째.
이미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친 사회는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었고, 이제 사회인으로서 겨우 첫발을 내디딘 협회의 말단직원 따위가 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일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헌터들을 돕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지원과’에 배정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일들은 온갖 잡무였다.
그것도 좋게 말해 잡무지, 실은 협회 소속 헌터들의 뒤치다꺼리나 다름없었다.
-아니, 옆 동네에서는 레이드 전에 헌터들한테 커피나 간식도 주고 그런다던데 우리는 뭐 없어?-내가 급하게 쓸 일이 생겨서 그런데, 이번 달 정산비만 좀 미리 좀 땡겨 쓸 수 없을까?-제가 오늘 레이드에 끼면 우리 애를 데리고 와 줄 사람이 없어서요. 직원분이 오늘만 좀 수고해주시겠어요?매번 이런 식이다.
돈이 안 되는 하급 게이트들도 어느 누군가는 처리를 해야 하는데, 헌터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으니 그들의 기분을 맞춰 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