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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헌터협회장의 자리는 그런 위치였다.
고건희 협회장.
막강한 힘을 가진 헌터들을 한데 규합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자신의 잘 나가던 사업을 정리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고건희 협회장의 지휘하에 한국 헌터협회는 많은 일들을 해 왔다.
헌터들을 규제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마수들에게 당한 피해자의 보상에 앞장섰으며 헌터들의 유가족을 묵묵히 도와 왔다.
그를 기리는 추모 행사엔 고건희 협회장의 도움을 받았던 피해자들이 모여들어 오열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여든 시민들은 밤늦도록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함께 슬퍼했다.
방송국들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고인의 생전 기록이 담긴 영상을 제작해 내보냈다.
도시의 대형 전광판에서 청문회 당시 남준욱 의원에게 일침을 가하던 고건희 협회장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또다시 이 땅에 S급 게이트가 생성되었을 때 누가 당신의 생명을 지켜 줄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집값으로 지불한 돈의 몇백 배, 몇천 배를 지불해도 목숨은 살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바뀌는 신호등.
그러나 행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멈춰 선 시민들은 전광판이나 핸드폰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오랫동안 고건희 협회장의 주치의를 담당했던 의사의 인터뷰 영상도 나왔다.
[성용산신용대출 헌터님이 제주도의 개미들과 싸우고 있을 때, 협회장님은 같이 방송을 보고 있던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평생의 숙원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당신은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다고.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가실 줄은…]이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눈시울이 붉어져 있던 주치의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개미 토벌 작전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고건희 협회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들 말을 잃었다.
고건희 협회장을 존경하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 그를 시기하는 이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 오늘은 같은 마음으로 고건희 협회장을 추모했다.
밤늦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