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섰다.
그리고 와인잔을 복도에 던져 보았다.
그의 손끝을 떠나 곡선을 그리며 낙하하던 와인 잔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순간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그의 날카로운 감각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종류의 위험. 본능은 크리스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했다.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침대 옆 협탁으로 달려간 그가 위에 든 핸드폰을 드는 동시에 협탁 안의 서랍을 빼냈다.
거기에 들어 있는 구겨진 쪽지 하나.
앞면에 적힌 글귀는 이랬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여기로 연락하십시오. 고건희 한국 헌터협회장이 그를 연결해 줄 겁니다.
헌터 관리국 부국장은 떠나기 전 고용인에게 쪽지 한 장을 남겼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크리스는 쪽지 내용을 보고서 분노해 버리려고 했으나, 셀너 부인의 얼굴이 묘하게 아른거리는 바람에 차마 버리지는 못했다.
‘부인은 설마 이런 상황을 예견했던 것일까?’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답을 듣고 싶다면 일단 살아남아야 했다.
크리스는 쪽지를 뒤엎었다.
뒷면에 적힌 것은 고건희 협회장의 폰넘버였다.
고건희 협회장은 영어에 능통하다고 했다.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을 터.
그에게 연락하면 미스터 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제도 모르고 일본으로 넘어간 그를 보고 크리스는 며칠 안에 부고를 들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의 소환수들과 활약상들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